육아를 하다 보면 넘쳐나는 정보를 보며 이과생으로서 드는 생각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 미생물 전공자의 관점으로 젖병을 세척하는 방법을 정리해 봅니다.
육아를 할 때 사용하는 여러 아이템 중 젖병은 아기에게 수유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요.
아기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젖병의 위생 관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균(미생물)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을까봐 고민들을 많이 하죠.
균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 본 전공자로서 젖병 세척에서 중요한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젖병 소독은 왜 해야 하는가?
미생물 제거가 목적
젖병을 소독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소독은 미생물을 죽인다는 뜻입니다.
특히 병원성 미생물이 있을 경우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 젖병 설거지와 소독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균의 발생 경로
그렇다면 그 균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균은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인체 내 다양한 부위에서도 공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 안은 공생균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아기가 입에 댔던 젖병은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분유는 무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물에 녹여 수유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균이 증식하게 됩니다.
젖병도 마찬가지입니다.
꼼꼼하게 세척했다고 해도 완전히 무균 상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대로 세척한 경우 대부분의 세균이 제거되어 거의 무균에 가까운 상태가 되지만, 살균공학적 관점으로 보면 완전한 무균은 아닙니다.
따라서 젖병을 통해 수유할 때는 미생물 증식을 최소화하여 아기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젖병 세척 후 완벽한 건조
- 주기적 고온 소독(삶기, 스팀 살균기 사용)
- 분유 조제 후 즉시 수유
위와 같은 위생 수칙을 준수함으로써 아기가 미생물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젖병 설거지
젖병의 세척은 우리가 늘 해왔던 일반 설거지와 원리가 동일합니다.
즉시 세척하지 않을 경우: 물에 담근다
아기에게 젖병 수유를 마치고 나면, 종종 젖병 바닥에 약간의 분유가 남게 됩니다.
젖병 설거지의 기본 원칙은 사용 후 바로 세척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수유가 끝난 후 여러 개의 젖병을 한꺼번에 모아 나중에 씻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그 이유는 이미 아기가 입에 댄 상태이기 때문에 더 많은 균이 투입된 상태인 데다,
바닥, 꼭지, 뚜껑 틈에 남아있는 극미량의 분유만으로도 미생물이 충분히 증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즉시 설거지를 하라는 것은 육아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이상적인 주장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아기를 돌보는 상황에서는 매번 젖병을 즉시 세척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육아 경험자의 고충ㅠㅠ).
현실적으로 수유 후 바로바로 세척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모았다가 여러 개를 한 번에 세척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잔여 분유를 물로 한 번 헹군 뒤, 다음와 같은 방식으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 수돗물에 담가두기: 미생물의 증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헹군 후 깨끗한 수돗물에 담가둠
- 소량의 세제를 푼 물에 담가두기: 약간의 세제를 물에 풀어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방식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세척 전까지 미생물의 과도한 증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장시간 방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대충 한 번 헹군 뒤 물에 담가두는 것만으로도 미생물의 증식 속도는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헹굼 과정에서 일부 미생물이 제거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인 잔여 분유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에 담가놓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젖병 안에 묻은 분유가 굳어버려 나중에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을 위험도 커집니다.
이런 원리는 사실 일반 식기 세척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가능하다면 수유 직후 바로 세척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바로 세척이 어렵다면, 최소한 헹군 후 담가두는 습관만으로도 미생물 증식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세척에 가장 중요한 요소: 물리적인 압력
세제만 탄 물에 담가 가볍게 흔드는 식세 방법은 충분치 않습니다.
앞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분유 잔여물이 굳어 있을 수도 있고, 미생물이 바이오필름을 형성하기라도 하면 세제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세미 등으로 강하게 문질러 주어 모든 표면에 세제와 물이 잘 닿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물리적 세척 방식은 설거지의 핵심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제 사용: 선택이 아니라 필수
세제의 주된 작용 방식은 계면활성과 항균 작용입니다.
계면활성 효과는 지방 성분을 미세하게 분해하여 물에 용해되기 쉽게 만들며, 동시에 미생물 군집을 분해하며 부착을 방해합니다.
게다가, 살균 기능을 통해 미생물을 직접 제거하기 때문에 물리적 세척과 함께 사용할 경우 사실상 미생물로 인한 문제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젖병 꼭지 구멍
젖병 꼭지 구멍이 이물질로 막히는 경우는 확률이 낮지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생물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아주 미세한 틈에서도 서식할 수 있으므로,
꼭지 세척 시에는 세척액과 물을 반드시 이용하여 그 내부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지가 오염되어 아기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이지만, 그 위험이 0이 아니죠.
아기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세척만큼 중요한 과정: 건조
젖병을 철저히 세척하면 미생물은 거의 제거되지만, 혹시 남아 있을 미생물을 대비해 건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수분은 미생물 성장에 필수적이므로, 모든 세척 단계가 끝난 젖병은 반드시 완전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젖병뿐 아니라 사용한 수세미 역시 건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분도 따로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합니다.
수세미가 오랫동안 젖은 상태로 존재할 경우 잡균 증식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젖병을 건조하기 위해 소독기의 건조 기능을 자주 활용하는데, 이때 수세미도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여 함께 건조시킵니다.
열탕 소독: 중요하지만 너무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젖병은 주기적으로 끓는 물에 소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젖꼭지의 미세한 틈이나 젖병 뚜껑의 결합 부분처럼 세척이 어려운 부위는 남은 잔여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열탕 소독을 진행하면 만약 남아 있을지도 모를 미생물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아직 잔류하고 있을 수도 있는 세제 또한 씻어낼 수 있습니다.
미생물학적으로 열탕 소독 시 이론적으로 모든 미생물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성 균을 제거하거나 비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기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극히 낮더라도, 그러한 미세한 위험조차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간헐적인 열탕 소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탕 소독을 맹신하여 너무 자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아무리 내열성 재질이라 하더라도 젖병을 고온에 자주 노출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세제와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여 잘 세척하고 건조한다면 일반적으로 열탕 소독은 그리 자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젖병소독기의 살균 능력은 너무 믿지 말자
젖병 소독기의 주된 살균 원리는 자외선(UV)에 있습니다.
이때 특정 파장의 빛이 미생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외선은 물질을 잘 통과하지 못해 직접 닿는 면만 효과적으로 살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외선 등이 일부에만 집중적으로 조사되고 있다면, 효과적인 살균을 위해 소독 후 젖병이나 젖꼭지를 회전시켜 다른 면에도 자외선이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자외선의 효과는 거리의 영향을 크게 받아, 빛과 대상 사이의 간격이 약간만 늘어나도 살균력이 떨어집니다. 실제 실험실 조건에서 자외선 등 바로 아래에 놓았을 때는 살균이 확실하나,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과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소독기의 자외선 세기와 설계에 따라 살균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소독기의 성능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세척 과정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재질에 자외선이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위험 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젖병 소독기의 자외선 살균 기능은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공자가 자세히 알려드림] 젖병 세척은 차가운 물로 해야 한다고?
각종 SNS에 돌아다니는 육아 정보 중에 젖병 세척을 차가운 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서는 단백질이 변성되어 잘 씻겨나가지 않아서라는 이유인데요.
이걸 보고 바로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고 합니다.
일단 고체인 성분은 기본적으로 물에 대한 용해도가 온도에 비례합니다.
즉, 온도가 높을수록 분유 성분도 잘 씻겨 나올 뿐 아니라 세제로 잘 풀어집니다.
실제로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설거지 할 때도 찬 물 뿌리면 생전 안씻겨나가다가 뜨거운 물로 바꾸면 금방 씻겨나가는 경험을 하신 적 있으실 겁니다.
단백질 변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제를 사용해서 물리적 세척을 할 거니까요.
게다가 요즘은 많이들 걱정하는 잔류 세제를 제거하는 능력도 뜨거운 물이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뜨거운 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 글에 적어둔 원칙만 잘 지킨다면 물의 온도는 아주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아닙니다.
급탕비 생각하면 너무 뜨거운 물로 할 필요도, 그렇다고 손 시리게 너무 차가운 물로 할 필요도 없이 각자 여건에 맞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아래와 같이 합니다.
- 세제를 물에 풀 때: 뜨거운 물
- 젖병 세척 전에 적실 때: 미지근한 물
- 세제 헹궈낼 때: 미지근한 물
- 마지막으로 잔류 세제 날릴 때: 뜨거운 물
세 줄 요약
1. 사용한 젖병은 내용물을 굳히지 말고 물에 담가 두되, 최대한 빨리 세척한다.2. 물의 온도보단 세제를 사용하면서 물리적으로 세척하는 것이 핵심이다.
3. 세척 후 건조를 잘 해야 한다.